조회 수 : 1250
2011.04.13 (14:00:58)
강당에는 중고등학교 때의 친구들이 섞여 있었다. 그들은 호감 어린 눈으로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 진숙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무대 천장 쪽에서 소란스런 소리와 함께 쥐 몇 마리가 떨어졌다. 그 중 한 마리는 노래를 부르고 있던 진숙의 입속으로 떨어졌는데 까무러쳤던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강당에는 이미 쥐들도, 친구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몹시 불안했는데 자신이 쥐를 뱉어냈는지, 아니면 뱃속으로 삼켰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완연한 봄이다. 진숙은 불쾌한 꿈은 과감히 잊고 산책을 나가기로 결심한다. 2주 만의 외출이다. 과도한 콘트라스트 효과를 준 사진처럼 바깥세상은 형광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런 강한 햇빛에 노출될 때면 그녀는 과거에 큰 맘을 먹고 질렀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한 번도 쓰고 외출하지 못한 자신의 구찌 선글라스를 원망하곤 했다. 도대체가 그건 비싸고 예쁘기만 한 쓸모없는 물건이었다. 물론 오늘 썼으면 좋았겠지만.
산을 오르는 진숙의 다리가 떨리고 온몸에 땀이 맺힌다. 얼마 만에 흘리는 땀인지, 자신의 몸에서 아직도 그러한 액체가 스며 나온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신선하게까지 여겨졌으나 냄새를 맡고는 토라져 버렸다. 처음 이 산에서 동굴을 발견한 이십대 때에는 매일같이 산을 올라도 땀은 거의 흘리지 않았고, 땀에서도 은근히 달콤한 향이 났던 것 같은데 이제는 자신의 내장이 썩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동굴에 도착했다. 온몸에서 풍기는 이상한 냄새가 신경 쓰였지만 서울 한복판의 작은 뒷산에 비밀스럽게 존재하는 이 작은 동굴의 존재는 여전히 그녀에게 묘한 안정감을 선사해 주고 있었다. 자신의 방안에 틀어박혀 뉴스를 보다가 때때로 노이로제에 의한 정신적 전라 상태가 되는 순간에도 그녀는 동굴을 떠올리며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곤 했다. 몸에서 달콤한 향을 풍기며 온갖 시시한 남자들에게 시달리던 과거에도 그녀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동굴 안에서 자신이 동굴이 되고 동굴이 자신이 되는 꿈을 꾸며 위로받았는지 모른다. 그 동굴 속에는 호랑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고, 호랑이는 서울 한복판에 살면서도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다. 자신과 마주치거나 그림자라도 본 인간은 모조리 잡아먹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조심스레 풀숲을 걷어내며 동굴 안쪽으로 기어들어 갔다. 동굴의 깊이는 기껏해야 4~5미터 정도지만 오른쪽으로 휘어진 검붉은 내부는 마치 거대한 동물의 뱃속처럼 아늑하고 따스했다. 그녀는 사 온 캔커피를 따 마셨다. 예전에 놓고 간 촛불에 불을 붙였다. 간밤에 꾼 꿈에서 부르던 노래를 떠올리고는 흥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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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5 18: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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